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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뉴스

전라디언으로 살아간다는 것

by cwk1004 2008.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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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이호성 사건을 뉴스로 접하면서 이호성의 고향 및 활동무대가 전라도 광주 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격지심이라고 해야할까? 괜히 내가 창피하고 내가 죄를 지은 것 같고,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역시 광주놈들은 안되, 전라도 깽깽이들'하는 비아냥 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였다.
역시 자격지심일 것이다.

필자는 고향이 광주이다. 흔히 누리꾼들이 말하는 '전라디언'이다.

전라디언은 다른 지방이나 수도권 사람들은 느끼지 못할 이상하고도 뿌리깊은 자격지심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전라도 사투리는 왠지 비속해보인다. 경상도 사투리 쓰는 여자들 보고 귀엽다고 하는 소리는 들었어도, 전라도 사투리 쓰는 여자들에게 귀엽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 평소 좋아하던 연예인이 고향이 전라도라며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것을 보고나면 그 연예인에 대한 이미지가 확 깬다.

그래서 일까? 수도권에서 생활하는 대부분의 전라도 사람들은 전라도 사투리를 비교적 빨리 고치는 편이다. 경상도 사람들이 사투리를 빨리 못고치는 것에 비해서 말이다.
좋게 말하자면 적응력이 좋은 것이지만, 사실은 그 보다도 자신이 전라디언이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 싫은 이유가 더 크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나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봤을 때, '전라도 광주'라고 말하면서 약간의 수치심이랄까? 자격지심이랄까? 이런 것들이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는 게 싫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전라디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꽤나 불편하다.
비유를 하자면 'B형 남자'가 느끼는 불편함과 비슷할 것이다. 'B형 남자'에 대한 안좋은 선입견으로 생긴 괜한 자격지심도 전라디언의 그것과 상당히 비슷하다. 혈액형이 뭐냐는 상대방의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할 수 없는 그런 미묘한 수치감 말이다.
그런면에서 필자는 'B형 남자'이기도 하고 '전라디언'이기도 하므로, 이중고를 겪어야만 했다.

이러한 자격지심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군사정권 아래 탄압받던 시절에 생긴건지, 기득권 세력들과 정면 충돌하면서 생겼는지, 아니면 프로야구 개최 이래 지나친 지역갈등이 나은 부작용 중의 하나인지, 확실치 않다.
그리고 이러한 자격지심이 언제 끝날 수 있을지도 정확치 않다.
사회적으로 지역갈등이 많이 해소되고 있고, 조직 내부에서의 지역차별이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희한하게도 각 개인들이 느끼는 전라디언으로서의 자격지심은 쉽사리 고쳐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현대역사를 봤을 때, 군사정권의 최대 피해자였던 광주 및 전라도 사람들이 왜 지금까지 여전히 피해자의 입장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조금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피해가 시대가 많이 지났음에도 전라디언들의 가슴 한구석에 씻지 못할 수치심 정도로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것 자체도 왠지 서글픈 일이다.

전라디언으로 살아간다는 것..........
조금만 더 편해졌으면 좋겠다.
나 자신이 나 자신의 눈치를 보며 살아간다는 게 왠지 슬프지 않는가.
어차피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줄 테지만, 사회적으로 지역 순화의 감정이 조금이라도 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런 측면에서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한 외국인 여성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미수다'에 출연하는 '채리나'를 통해서 전라도 사투리도 저렇게 거부감없이 들릴 수 있구나 라는 걸 느끼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이런 느낌을 '외국인 여성'의 입을 통해서 느껴야 하는지에 대한 딜레마가 있긴 하지만, 그녀가 일종의 '전라디언 홍보대사'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늘 고마워 하며 보고 있다.

전라디언으로 살아간다는 것......

앞으로 점진적으로나마 보다 발전이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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