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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뉴스

미라이 공업의 ‘유토피아 경영’

by cwk1004 2007.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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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이 공업의 ‘유토피아 경영’

연간 휴일1 40일. 출산휴가 3년. 연공서열. 일본 내 최장 70세 정년보장.
사원의 행복을 중시하는 사장의 경영관.

일본의 전자제품 회사 미라이 공업의 특색입니다. ‘고객만족’을 지나서 ‘직원만족’이 많이 이야기된지 꽤 되었습니다만은, 그런 트렌드를 따라서 최근에 이런 기업들이 조명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미라이공업에 대한 조선일보 기사를 링크겁니다. (기사1) (기사2)
특히 두번째 기사, 창업주와의 인터뷰가 아주 인상적이다. 일단 첫 마디 부터 마음에 와닿습니다. “일은 사원들이 해. 난 안해”

인터뷰에서 특히 좋았던 말 중에 하나가, 경영자의 임무는 직원들이 일을 더 잘 할 수 있게 하는 일이라는 겁니다. 이 말을 들으니 문득 군입대 시절 생각이 납니다. 제가 군에 있을 때 어느 조직이든 항상 새로운 사람을 받으면 상급자가 늘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본인은 여러분들을 돕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니 필요할 때 언제든 말만 해라”. 그런데 군생활하다 보면 어디 그렇게 되나요. 군생활의 첫번째 목적이 상급자의 신경을 거슬리지 않는거거든요. 일정 시간 지내다 보면, 정말이지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말지요. 이런 상황은 군조직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의 최고경영자들이 취임할 때 가장 즐겨하는 말이 ‘여러분들을 위해’라고 누군가 그러더군요. 대통령도 취임사에서는 항상 ‘국민들 아래 서겠습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일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지요. 윗사람이 되면 누구나 한번씩 하는 말. 아랫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말. 그런 입에 발린 말보다, “난 일 안해”라는 한 마디가 훨씬 더 감동적이고 진실성 있어보입니다. ‘여러분들을 위해 일하겠습니다.’라는 말은 마치 ‘한참 부족한 여러분들이 불쌍해보여서, 일 잘하고 똑똑한 내가 여러분들을 돕겠습니다.’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이에 반해 미라이 공업 창업주가 던진 말에는 기본적으로 직원에 대한 존중이 깔려있습니다.

사람이 일을 하는 이유는, 가장 근본적으로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소득을 얻기 위해서일겁니다. 이런 근본적인 차원의 문제가 해결되고 난 이후는 어떨까요. 성취감이나 재미같은 요소가 따라오겠죠. 성취감과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근로자 자신이 어딘가에 종속되어 부품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자신이 주체적으로 무언가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따라줘야 할 것입니다. 저는 미라이 공업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서 휴가많이 근무시간 짧다는 사실은 전혀 중요한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재미없고 하기 싫은 일은 10시간을 하건 5시간을 하건 하기 싫은 겁니다. 미라이 공업의 이야기에서 정말 주의깊게 들어야하는 건, 기업 활동에 있어서 근로자의 위치와 중요성에 대한 경영자의 인식입니다.

이 기사를 읽고 마리이 공업이 대체 뭘 만드는 회사인가 싶어서 미라이 공업의 홈페이지를 찾아봤습니다. 촌스럽지만 웬지 좀 따뜻한 느낌의 홈페이지더군요. 제품소개란을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신문에서 독특한 전기관련 부품을 만드는 업체이고 마츠시타와 경쟁하는 업체라고 하길래 꽤나 첨단 제품을 만드는 회사인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구요. 아래 그림들은 미라이 공업의 제품들입니다.

주로 배선에 사용되는 관재류를 만드는 회사더군요. 이런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는 것을 알고 나니, 더더욱 미라이 공업에게서 무언가 배워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에서 이런류의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있었다면 진작에 중국으로 공장을 옮겨던지 아니면 중국업체한테 밀려서 공장문 닫고 갈비집으로 바꿨겠지요. 하지만 우리보다 훨씬 더 고임금의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이런 얼핏 단순하고 노동력만 있으면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제품을 만들어 팔면서 이익률 15%를 구가하고 있다니 신기하지 않은가요. 대한민국 사람들 머릿속에 박혀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란 최소한 최첨단 반도체 몇 개는 들어가 있어야 하잖아요.

근로자를 비용으로 보지 않고, 무언가 가치있는 걸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영자의 태도가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배선재료들은 단순한 배선재료가 아니겠죠. 사용해보지 않았으니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벽을 뚫고 전선을 넣어야할 때 공정을 편하게 하고 보기 흉하지 않게 해주는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 경영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게 중국이라죠. 무섭게 따라오고, 늘 우리보다 싸게 만들고. 제품스펙상의 우월함이나 얼마나 더 싸고 효율적으로 만들 것인가에 집중해서는 추격해오는 중국을 따돌릴 수 없을 겁니다. 중국 경제가 성장해서 임금수준이 우리와 비슷하게 될 때까지 끝도없이 밀려나겠죠. 그런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영자들에게 잠시 일본에 가서 미라이 공업 창업자를 만나고 오라고 하고 싶군요. 공정의 효율성이나 숫자로 표현되는 성능은 얼마든지 따라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하고 명쾌한 아이디어는 아무리 공부하고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죠. 제가 지금부터 24시간 그림만 그린다고 피카소가 될 수 없고, 24시간 바이올린만 켠다고 해서 하이페츠나 오이스트라흐가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산업의 미래는 결국 사람이 만들어 내는 가치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고경영자의 드라마틱한 전략적 결단이나 전공정에 대한 첨단 생산관리 시스템의 도입같은 걸로는 도저히 안될 것 같네요. 기업활동이라는게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경영인가 생각해볼만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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