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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글/그림

군대에 관한 오해와 진실

by cwk1004 2008.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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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회이든지, 그리고 어느 단체이든지 간에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에 대한 루머와 소문이 난무할 뿐, 정확한 오해와 진실에 관한 해답은 좀처럼 구하기 힘들다.
군대 또한 마찬가지로, 오히려 그 폐쇄성과 특수성 때문에 오해되고 있는 루머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하여, 생각난 김에 군대에 관한 오해와 진실에 관해 몇 자 적어 보려 한다.

일단 쓰기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필자는 철원 최북단에서 근무했었고, 주특기는 '군악대'였다는 것을 감안하고 읽어줬으면 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들이 약간씩은 첨가되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도 감안해 주길 바라며, 재밋거리로 읽어주길 바란다.

그리고 필자는 현역 병장으로 제대한지 어언 8년, 예비군의 역할도 다 끝내고 이제 민방위로서 우리 동네의 평화를 지키고 있는 중이다. 비록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필자가 생활하던 때와 별반 지금 군대상황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믿고 시작해 볼련다.
(왜? 국방부 시계는 정말이지 느리게 가므로.... 때론 거꾸로 가기고 하므로... ^^)

군대에 관한 오해와 진실

1) 전쟁나면 우리나라 군인들 다 도망가지 않나? 우리군인들 믿어도 되나?  → (믿어도된다.)
우리나라 군인들... 아니 군대라는 곳이 사람을 정말 군인으로 만든다. 실제 병사들은 장난 반 진담반으로 전쟁나면 상관 차 훔쳐타고 후방으로 도망가련다고 말하곤 하지만, 직접 군사상황에 부닥치면, 다들 죽을 때 죽더라도 싸우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게 된다. 실례로 필자가 군에 있을 때, 서해교전이 있었던 적이 있다. 그 때 밖 상황은 그렇게 까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군대 특히나 최전방은 데프콘3 상황이 걸렸었다. 참고로 '데프콘3'면 전쟁 바로 직전대기상황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그 때 머리카락 자르고, 유서까지 쓰고, 완전군장하고, 전투태세로 일주일동안 씻지도 않고 그러고 있을 때는, 정말 모두들 이런 생각뿐이었다. 전쟁나서 죽더라도 한명이라도 더 죽이고 죽겠다는..... 궁지에 몰리면 특히나 군인정신으로 궁지에 몰리면 초인적인 정신이 발휘된다고 하겠다. ^^

2) 철원에서 겨울에 오줌누면 오줌이 나오면서 바로 얼어버린다? → (NO)
아니다. 바로 얼진 않고 10분정도 있어야지 언다. 철원같은 경우 겨울에 체감온도 거의30도가 넘어간다. 오줌대신, 콧구멍 안에 콧털이 다 얼어버린다. 얼어서 엄청 따끔거린다. ^^

3) 군대에서는 어떤 꿈을 꾸는가? → (군대꿈)
신기하게도 군대꿈만 꾸게된다. 훈련소 입소 후 첫 일주일 동안은 사회꿈을 꾸지만, 그 뒤부턴 군대꿈만 꾼다. 아마도 인간은 환경에 지배되는 동물임에 틀림없다.

4) 훈련소 입소 때, 문앞에서 파는 '고무링' 사서 들어가야 하나? → (NO)
아니다. 거기 파시는 아주머니들은 들어가면 안준다고 그러는데. 들어가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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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논산훈련소가 다른 훈련소보다 편하다? → (NO)
절대 아니올시다다. 더 힘들다. 필자는 논산훈련소에서 신병훈련을 받았고, 군악대를 하면서 다른 신병훈련소를 많이 돌아다녀봤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논산훈련소가 다른 신병훈련소에 비해 장점이 있다면,..... 음.... 불행하게도 하나도 없다.
모두 단점만 있다. 첫째, 강원도 철원도 아닌데도 겨울에 가면 강원도에 맞먹는 추위를 경험하게 된다. 강원도는 북쪽이라 춥지만, 논산훈련소는 허허벌판이라서 춥다.
둘째, 숙소와 훈련장소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다. 논산훈련소이외의 다른 훈련소같은 경우 대부분 숙소 바로 옆에 훈련장이 있기 때문에 이동시에 편하고 훈련이 끝나면 바로 쉴수가 있다. 하지만, 논산훈련소는 훈련소자체도 커서 훈련소 빠져나가는데도 시간이 오래걸리고, 훈련소를 나와서도 동네 한두군데를 지나야지만 훈련장이 있다. 보통 왕복하는데만 4시간정도가 걸린다. 그 거리를 '세워총'자세로 매일 왔다갔다 하면 근육이 많이 는다. ^^
셋째, (지금도 그런지 확실치 않지만,) 6.25때 쓰던 철모를 사용한다. 다른 훈련소는 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가벼운 화이바를 쓰지만, 논산훈련소에서는 6.25당시 사용하던 철모를 쓴다. 무지하게 무거울 뿐만아니라, 피티체조8번이라고 누워서 목,다리,팔을 위로 드는 훈련 할때는 아주 죽어난다.
이 외에도 많은 단점들이 더 있지만, 직접 가서 경험해 보라... 힘들다. ^^

6) 군바리는 사회에 나오면, 자장면을 가장 먹고 싶어한다? → (NO)
아니다. 자장면은 PX에서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그리고 군대 PX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인스턴트 자장면이 있는데(오래되서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 그 자장면이 더 군인입맛에는 딱이다. 오히려 가장 먹고 싶어하는 음식은 따로 있는데, 의외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바로 "달걀 후라이"이다.
군대에서는 인원이 워낙 많다보니 '후라이'가 나오지 않는다. 2년 2개월 내내 '계란찜'만 먹어보면 나중엔 달걀 후라이가 너무너무너무 먹고 싶어진다. ㅠ,.ㅠ
필자는 아직도 첫 휴가나와서 집에서 계란후라이와 함께 맛있게 비벼먹었던 비빔밥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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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군대 갔다오면 여자 보는 눈이 바뀐다? → (YES)
예전에는 여자들이 고무신 거꾸로 신었다고 한다면, 요즘은 남자들이 군화를 거꾸로 신는 시대이다. 일단은 (특히 또래여자동기와 사귀는 경우에는) 제대 후, 그 여자친구가 아줌마로 보인다는 말도 있다. ^^;;;

8) 군대 갔다오면 사람된다. → (YES)
이 답변은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간 답변이긴 하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일단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 "사람"이라는 말에 주목해보자, 여기서 필자가 말하는 사람이란, "주위와 어울리는데 문제가 없이 수월하고, 성격이나 인간관계에 있어서 특별히 모나지 않고, 말을 때와 장소에 맞게 과묵할 줄 아는 사람" 정도로 생각해 주면 되겠다.
물론, 원래 성격이 모나 있어서 군대에서도 고쳐지지 않는 희귀종들이 있는가 하면, 구지 군대를 갔다오지 않아도 원래 사람이 괜찮은 고귀한 분들도 계시다.
아무튼 군대에 가면 성격개조는 확실히 된다. 자신은 느끼지 못할지라도 제3자의 입장에서 곰곰히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필자는 회사생활 6년차에 접어들면서, 그 동안 많은 사람들과 부대껴왔지만, 회의 할때 말 많은 사람들, 말만 많고 실행에 옮기지 않는 사람들, 이상하게 옆에서 깐죽거리는 사람들, 그래서 다들 같이 있기를 좋아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군대(현역) 미필자 들이었다.
인간의 인생은 누가 뭐래도 경험에 의해 교육되어진다. 어찌 "군대"라는 경험의 벽이 낮을 수 있겠는가?  경험하지 못하면, 사실 역지사지라는 말도 쓸수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남자들이 어찌 산모의 고통을 경험해 보지도 않고 알겠는가. 이 것과 매한가지이다.
그렇다고 군대 경험이 없는 분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필자의 말은 필자가 봤을 때, 좀더 "사람"다웠으면 좋겠다 싶은 분들이 군대갔다온 사람도 있었고, 군 미필자도 있었지만, 군 미필자 쪽이 더 많았다는 말이다.

9) 군대에는 성호르몬 억제 식품이 있다? → (YES)
솔직히 이건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 심증으로는 확실히 있는 것 같다.
야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필자는 군있을 때 병장 되기전까지 "아침에 텐트"가 잘 안되었던 기억이 있다. '군악대'의 특성상 너무 많이 맞아서 긴장때문에 그랬는지, 아니면 정말 성호르몬 억제제 때문에 그랬는지 아직도 풀리지 않는 신비이다.

10) 실제로 군대에서 죽는 사람이 많다? → (YES)
군악대에 있으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죽은 병사들이 있을 때마다 군악대가 그 행사를 나가기 때문이다. 아마도 일주일에 한번은 꼭 있었던 듯 싶다.
군대라는 특수성 때문에 언론에 잘 밝혀지진 않지만, 많은 사건사고가 많다.
군대에 아직 안간 친구들이 있다면, 군대에 가서 다른 생각은 하지 말자. 건강하게만 있다 나온다는 생각으로 임할것!!!!

이상.
별로 탐탐치도 않은 군대에 관한 오해와 진실편이었습니다.
장문의 글을 읽느라, 눈이 심심하셨다면, 아래 군인 캐릭터로 눈 좀 푸시고,
참고로,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첨가되었다는 점 감안해 주시고, 이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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